어머니 돌아 가신 후 꾸었던 악몽 (2)

캘거리 이민 후 꾸었던 악몽 (2)


2006 2 5.  친구의 마지막 외침


친한 친구가 12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삼 일 동안 친구의 장례 예식을 마치고난 그의 가족과 함께 경기도의 한 화장터로 간다.
우리 모두 슬픔에 젖어 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드디어 친구의 관이 불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 보며 오래 전 끊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바로 그 순간 죽은 친구의 비명소리가 들려 온다.
'이거 뭐야 ~ 내 몸에 불이 붇고 있잖아살려줘 ~ 나 좀 살려줘 ~,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나는 담배를 집어 던지고 친구에게로 급히 가려고 하는 데 또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또 다시 악몽이란 걸 알아 챈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잠에서 깨어난다아직도 그 친구의 비명소리는 내 귀에 생생하기만 하다.
                                                                                       
2006 6 30.  광화문


퇴근해서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
광화문 사거리에 이르자큰 사건이 일어 났는지 무장한 많은 군인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여러 대의 탱크도 보인다.
집에 가려면 여기를 지나가야 하는데 ~
난 잠시 망설이다 그냥 이 곳을 빨리 통과해 보기로 결심한다.
왜냐하면 이 곳은 일반 통행이라 유턴도 할 수 없고어머니가 추운데 집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다.
두렵지만 난 차를 몰고 그대로 돌진한다.
군인들은 내가 광화문 큰 도로에서 좌회전하는 순간까지 나를 발견하지 못 한 것 같다.
난 자신감을 갖고 빠르게 좌회전을 한다.
순간 드디어 군인들이 나를 발견하고 총을 쏘며 나에게로 몰려온다대포도 쏜다.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어쩔 수 없다이 상황이 꿈이기만을 바라며 
좀 더 속도를 낸다.
정신 없이 그 곳을 통과하고 나서야 이 것이 꿈이었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꿈에서는 절대로 총과 대포 등이 내 몸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난 경험상 너무 잘 알고 있다.
스릴을 만끽하며 여유 있게 차를 몰고 나는 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악몽을 이겨낸 것 같아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2006년 7 17.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지금 어머니는 관속에 있으며우리는 천막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는 중이다.
그 순간 어머니가 갑자기 관을 열고 밖으로 나오시더니내 옆으로 오셔서 식사를 하신다.
난 어머니의 등으로 손을 가져 간다.
그러나 어머니의 등은 불 속 같이 뜨거워 도저히 댈 수가 없다.
식사를 끝내시고 어머니는 관 속으로 다시 들어 가신다.
이렇게 어머니는 식사 때마다 관을 나와 아무 말씀 없이 식사를 하신다.
필사적으로 식사를 하시는 어머니가 너무 안타까워 가슴이 매어 진다.

우리가 타고 있는 장례버스는 어머니가 앞으로 머무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선산을 향해 가고 있다.
잠시 후난 어머니 관이 차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린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죽을 힘을 다해 달려 가는데저 앞에서 어머니가 나에게 다가 오신다.
나는 어머니에게 더 빨리 가려고 하는데 다리가 너무 무겁다완전 슬로우 비디오다.
정말 미치겠다나는 발버둥을 치고 있다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먼저 나에게 다가 오실 때까지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어머니는 내게서 천천히 뒤로 물러 나시더니희미하게 사라져 버리신다나는 손을 마구 저으며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다 잠에서 깨어난다.
침대 옆 가습기가 박살이 나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려 했지만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2006년 10 15.  루카아 르느와아루

많은 사람들이 무장을 한 사람들로부터 도망을 가고 있다.
나도 그들과 같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다어느 필리핀 사람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집 주인은 자기 아이들이 자고 있는 이불 속으로 나를 숨겨 준다.
곧 무장한 놈들이 이 집에 들이 닥치고집 주인을 위협하며 묻는다.
‘어떤 놈이 이 곳에 숨어 있지 않느냐’‘저 이불 속에는 누가 있느냐’.
주인은 자기의 아이들이라고 둘러 대지만그들은 이불을 걷어 내 보라고 집 주인을 다그친다.
그들이 나를 발견하면 곧바로 나와 이 사람을 잔인하게 죽여 버릴 것이다.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끼며나는 방안의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 가까스로 그 곳을 빠져 나온다.
집 주인에게 다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다짐하며죽을 힘을 다해 산으로 도망을 간다.
지금은 날아서 가고 있다뒤를 보니그 놈들 역시 날아서 나를 쫓아 오고 있다.
내가 어느 산장 속으로 숨어 들어가자 그 놈들도 따라 들어온다.
이제 난 도망갈 곳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 좁은 공간에서 놈들은 창과 칼로 나를 찔러 대고 난 계속해서 피해 날아 다니고 있다.
그들에게 거의 잡힐 순간갑자기 작은 창문이 내 앞에서 나타나고살며시 열린다.
내가 그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오자그 창문은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잠시 후산 정상의 성당 안에서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너무나 그리던 어머니다어머니는 40대 중반의 아름답고 온화한 모습이다.
난 이것이 꿈이 아니길 바라면서 열심히 기도를 한다마음이 편하다.
이젠 집으로 돌아 가야 한다.
난 어느 아름다운 소녀와 두 남자 아이로부터 길 안내를 받으며 산을 내려 가고 있다.
그들에게 산을 내려가는 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50분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길을 보니 한참을 돌고 돌아 내려 가야 할 것 같다.
미안하기도 하고혼자 사색하며 걷기 위해그들과 헤어진다.
 
어느 순간 난 새처럼 하늘을 날아서 내려 가고 있다.
무섭지만 무사히 잘 날고 있다이젠 요령이 붙어서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나는 산과 산 사이울창한 나무와 숲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평온한 마을을 위에서 볼 수 있다.
산을 중간 정도 내려오니 15년전 죽은 형이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서 있다.
형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다.
난 반갑게 그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한 참 동안 나누다 다시 산을 내려 간다.

지상에 도착한 나는 어느 성당의 고백 성사 실에 머리를 쳐 박고 있다.
의식은 조금 있지만 몸은 움직일 수가 없다.
신부님께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신다.
잠시 후 신자들이 나를 들어 재단에 올린다.
잠시 후 난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액체인지 기체인지 검은색의 무엇을 토해내고 있다.
한참을 그러더니 목에서 검은 피가 나온다.
신자들은 나를 악마라고 부르며 두려워하고 있다.
신부님이 다가 오셔서 나의 옆구리 부분을 만지며 무언가를 집어넣는다.
잠시 후 전라의 내 몸을 신자들이 다시 들어 올려 재단과 마주한 꼭대기 길다란 좌석에 올린다.
신부님의 짧은 강론이 있고 난 후신부님의 외침과 동시에 전면에는 빛으로 쓰여진
“루카아 르느와아루” 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신부님은 나에게 ‘이것이 바로 너다’ 라고 말씀하신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이 돌아오고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길고 긴 꿈의 여정이었다.
오늘은 어머니와 형을 만나 볼 수 있어서 그나마 괜찮은 악몽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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